노동·임금

기간제 계약 갱신 거절, 갱신기대권부터 따지는 순서

·읽는 데 약 7분 ·민사소송 전문 민블리

계약 만료 한 달 전, 재계약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네 번 자동으로 연장되던 계약이었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기간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다"로 넘어가야 하는지, 다퉈볼 여지가 있는지가 첫 갈림길입니다.

계약 만료라고 해서 전부 끝은 아닙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정한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자동 종료됩니다. 해고가 아니라 기간 만료이므로 해고 제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사용자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으로 관계가 끝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다만 예외가 두 갈래 있습니다. 하나는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반복·계속되어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입니다. 이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통보를 받은 날 해야 할 일은 분노가 아니라 분류입니다. 내 사안이 갱신기대권 쪽인지, 2년 초과 전환 쪽인지, 둘 다인지를 먼저 가려야 이후 절차가 정해집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흔한 정황

갱신기대권은 법 조문에 한 줄로 적힌 권리가 아니라, 계약 내용과 운영 실태를 종합해 판단되는 개념입니다. 핵심은 "이 조건을 채우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신뢰가 객관적으로 만들어졌는지입니다. 사장이 지나가며 한 말 한마디보다,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해왔는지가 더 무겁게 작용합니다.

  • 계약서나 취업규칙, 인사규정에 갱신 절차나 갱신 기준이 적혀 있는 경우
  • 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재계약한다는 내부 기준이 운용된 경우
  • 같은 직무의 다른 계약직들이 사실상 예외 없이 갱신되어 온 경우
  • 별도 심사 없이 여러 차례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어 온 경우
  • 상시적·지속적 업무라서 기간을 정할 합리적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 구두나 메신저로 "내년에도 같이 가자"는 취지의 안내가 반복된 경우

반대로 사업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 특정 사업 예산에 연동된 자리, 휴직자 대체 인력처럼 기간을 정할 이유가 분명한 자리는 기대권 인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때는 그 사업이 실제로 종료되었는지,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새로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쪽이 실익이 있습니다.

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거절이 정당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내세운 사유가 평가 결과인지, 징계 전력인지, 예산 축소인지를 정확히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고 사후에 말이 바뀌는 경우, 그 자체가 다툼의 재료가 됩니다.

2년을 넘겼는지 계산하는 법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거의 언제나 "기간을 어떻게 합산하는가"입니다. 계약 사이에 짧은 공백을 끼워 넣어 기간을 끊으려는 운영이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공백이 있었다 해도 업무 내용이 같고, 공백이 형식적인 수준이며, 계속 근무를 전제로 한 정황이 있으면 계속근로로 합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공백이 길고 그 사이 다른 일을 했으며 재입사 절차를 새로 거쳤다면 단절로 볼 가능성이 커집니다. 달력에 날짜만 찍어보지 말고, 공백 기간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기록을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법에는 2년을 넘겨 사용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여러 개 있습니다. 사업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생겨 대체하는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자격이나 학력 요건을 갖춘 경우 등이 거론됩니다. 회사가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 그 사유가 실제 근무 실태와 맞는지를 따지는 싸움이 됩니다.

어떤 창구로 갈지 비교

갱신 거절을 다투는 길은 크게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과 법원 소송으로 나뉩니다. 둘은 목적도, 기한도, 결과물도 다릅니다. 특히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기한이 짧아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구분노동위원회 구제신청법원 소송(근로자지위확인 등)
신청 기한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기한은 길지만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을 염두다툼 대상
다투는 내용갱신 거절의 부당성,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근로자 지위 확인, 미지급 임금, 손해배상
진행 속도상대적으로 빠름, 심문회의 방식상대적으로 김, 변론과 증거조사
결과의 성격구제명령, 불복 시 재심·행정소송확정판결, 집행 가능
비용 부담신청 수수료 부담이 낮음인지대·송달료 등 소가 연동

표의 두 길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구제신청을 먼저 내고 결과를 보면서 민사로 지위확인과 임금 청구를 병행하는 방식도 쓰입니다. 다만 3개월이라는 기한은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우니, 통보받은 날짜를 먼저 고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보받은 날부터 2주, 이 순서로

  1. 계약 만료·갱신 거절 통보의 날짜와 형태를 확정합니다. 문자, 메일, 사내 메신저 화면을 캡처해 보관합니다.
  2. 최초 입사일부터 모든 계약서를 모읍니다. 계약 기간, 서명일, 중간 공백 여부를 표로 정리합니다.
  3. 회사 내부의 갱신 기준 문서를 찾습니다. 취업규칙, 인사규정, 평가지침, 공고문이 해당합니다.
  4. 같은 직무 동료들의 갱신 이력을 파악합니다. 실제로 예외 없이 갱신되어 왔는지가 핵심 정황입니다.
  5. 회사가 밝힌 거절 사유를 문서로 받아둡니다. 구두로만 말한다면 사유를 확인하는 메일을 보내 답을 남깁니다.
  6. 2년 초과 여부와 예외 사유 해당 여부를 계산합니다. 공백 기간의 실제 사정을 메모로 남깁니다.
  7. 차별 요소가 있었는지 점검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상여금·복리후생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8. 3개월 기한을 달력에 표시하고, 구제신청과 소송 중 어디를 먼저 쓸지 정합니다.

자료를 모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퇴사 처리 후에 사내 시스템 접근이 막혀 아무것도 못 꺼내는 상황입니다. 통보를 받은 시점에 이미 자료 확보 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메일함, 급여명세서, 근태 기록은 접근 권한이 있을 때 내려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차별시정과 임금 청구를 같이 보는 이유

갱신 거절만 들여다보다 보면, 근무하는 동안 받지 못한 돈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무기계약 또는 정규직과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이나 상여, 복리후생에서 불리하게 대우받았다면 차별시정 신청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신청 기한이 있으므로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무기계약 전환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전환 시점 이후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이 미지급 임금 청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은 일반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오래된 기간부터 하나씩 사라집니다. 전환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니 계약 이력 정리가 결국 돈 문제로 이어집니다.

퇴직금도 함께 점검할 대상입니다. 계약을 쪼개어 체결했더라도 계속근로가 인정되면 전체 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간에 정산받은 금액이 있다면 그 처리 방식까지 같이 계산해야 실제 받을 돈이 보입니다.

계약서 몇 장과 통보 문자만 있어도, 갱신기대권으로 갈지 2년 초과 전환으로 갈지, 임금 차액을 함께 청구할 수 있을지 방향은 상당 부분 가려집니다. 민블리에 근무 이력과 받은 통보 내용을 정리해 보내시면, 지금 남은 기한과 먼저 확보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직 재계약 거부도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나요

기간 만료는 원칙적으로 해고가 아니지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준해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갱신 조항, 내부 평가 기준, 동료들의 갱신 관행이 판단 재료가 됩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통보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므로 날짜 확인이 먼저입니다.

계약 사이에 한두 달 공백이 있으면 2년 계산이 끊기나요

공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단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내용이 같고 공백이 형식적인 수준이며 계속 근무를 전제로 한 정황이 있으면 합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공백이 길고 그 사이 다른 일을 했으며 새로 채용 절차를 거쳤다면 단절로 볼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백 기간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중요합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고 보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나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는 것과 정규직 임금체계를 그대로 적용받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다만 같은 일을 하면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면 차별시정이나 임금 차액 청구로 다툴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은 일반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니 오래된 부분부터 소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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