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분쟁

계약불이행 손해배상 청구, 손해액 입증과 산정 순서

·읽는 데 약 7분 ·민사소송 전문 민블리

상대가 약속한 날짜에 물건을 넘기지 않았거나,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거나, 받아보니 계약 내용과 전혀 다른 상태였습니다. 계약을 깨고 돈만 돌려받으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미 벌어진 손해가 메워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손해배상은 '얼마를 못 받았나'가 아니라 '계약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어떤 상태였을까'를 따지는 싸움입니다.

먼저 정리할 것: 해제할 것인가, 이행을 받을 것인가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선택지는 크게 둘입니다. 계약을 해제하고 준 것을 돌려받는 길, 그리고 계약은 살려둔 채 이행을 요구하면서 늦어진 만큼의 손해를 청구하는 길입니다. 손해배상은 두 경우 모두 가능합니다. 해제했다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지금이라도 상대가 이행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대체 거래처를 이미 구했거나 상대가 목적물을 제3자에게 넘겨 되돌릴 수 없다면 해제 쪽으로 기웁니다. 반대로 그 물건, 그 부동산, 그 공사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계약을 유지한 채 이행청구와 지연손해를 함께 묶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채무불이행은 보통 세 갈래로 나뉩니다. 기한을 넘긴 이행지체, 더 이상 이행이 불가능해진 이행불능, 이행은 했지만 내용이 부실한 불완전이행입니다. 어느 유형인지에 따라 최고(催告)가 필요한지, 바로 손해배상으로 갈 수 있는지가 달라집니다.

유형전형적 상황대응의 출발점
이행지체잔금일·납품일·준공일을 넘김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최고 후 지연손해 또는 해제
이행불능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 멸실최고 없이 해제 또는 전보배상 청구 가능
불완전이행수량 부족, 하자 있는 시공·납품보수·대체 요구와 함께 손해배상 병행

손해의 범위는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나뉩니다

민법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구분이 실제 재판에서 금액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통상손해는 그런 계약 위반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생기는 손해입니다. 납품이 안 돼서 시장에서 더 비싼 값에 대체품을 산 차액, 부동산을 못 넘겨받아 지출한 추가 임차료 같은 항목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특별손해는 그 계약 당사자의 사정에서만 생기는 손해입니다. 그 물건을 받아 다른 업체에 납품하기로 돼 있었고 그게 무산돼 위약금을 물었다면 전형적인 특별손해입니다.

특별손해를 인정받으려면 상대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계약 체결 당시나 이행 과정에서 주고받은 메일, 메신저, 발주서가 중요해집니다. '이 납기가 밀리면 저희 쪽 2차 계약이 깨집니다'라는 문장 하나가 나중에 수천만 원을 가릅니다.

손해액을 떠받치는 자료를 먼저 모읍니다

소장에 숫자를 적는 것은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설명하는 일입니다. 법원은 손해의 발생은 인정하면서도 액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액을 크게 깎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청구 전에 아래 자료가 어느 정도 갖춰졌는지 점검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 계약서와 부속 합의서, 발주서, 견적서 등 약정 내용을 특정할 수 있는 문서
  • 이행기와 이행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 거래명세서, 인수증, 공정 사진, 검수 기록
  • 상대에게 이행을 촉구한 기록: 내용증명, 메일, 문자, 통화 녹음
  • 실제 지출을 증명하는 자료: 대체 거래 계약서와 송금내역, 추가 임차료 영수증, 보관·운송비 세금계산서
  • 무산된 후속 거래가 있다면 그 계약서와 위약금 지급 증빙
  • 상대가 사정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전 커뮤니케이션

지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예상 손해는 인정 폭이 좁습니다. 반면 이미 돈이 나간 항목은 영수증 하나로 설명이 끝납니다. 대체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싼 견적만 쓰지 말고 비교 견적을 두세 개 남겨두면 '합리적인 금액이었다'는 설명이 수월해집니다.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그 성격부터 확인합니다. 민법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약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손해가 그보다 크더라도 원칙적으로 예정액을 넘어서 받기는 어렵습니다.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청구하는 쪽이라면 그 금액이 왜 과하지 않은지, 즉 실제 손해 규모가 그에 상응한다는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방어하는 쪽이라면 감액 주장을 빠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위약벌로 명시된 경우라면 성격이 다릅니다. 이때는 위약벌과 별도로 실손해 배상을 함께 구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조항 문구만으로 단정되지 않고 계약 전체의 취지와 거래 관행을 함께 봅니다. 조항 제목이 '위약금'인지 '위약벌'인지보다, 그 돈이 어떤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깎이는 쪽 변수: 과실상계와 손익상계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청구인의 잘못이 보태졌다면 그만큼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상대가 이행을 미룰 때 아무 조치 없이 몇 달을 흘려보냈다면, 손해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행최고와 대체 거래 검토를 빨리 해둔 기록이 결과적으로 방어막이 됩니다.

계약 위반 덕분에 아끼게 된 비용이 있다면 그것도 공제됩니다. 공사가 중단돼 손해를 입었지만 그만큼 자재비 지출을 면했다면 그 부분은 빠집니다. 청구서를 만들 때 이 공제를 미리 반영해 두면 숫자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청구 순서와 시간 관리

실무 순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첫째, 이행기와 위반 사실을 확정합니다. 둘째,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여기에는 언제까지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와, 그 기간이 지나면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구하겠다는 뜻을 함께 적습니다. 셋째, 손해 항목을 표로 정리해 금액을 특정합니다. 넷째, 상대 재산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면 소 제기 전에 가압류를 검토합니다.

시효도 챙겨야 합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원래의 계약상 채권이 변형된 것으로 보므로, 그 계약상 채권의 소멸시효를 따라갑니다. 일반 민사채권은 10년, 상인 간 거래에서 생긴 채권은 5년이 기본이고,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처럼 더 짧은 단기시효가 적용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최고 후 6개월 내에 소 제기 등 본격적인 절차로 이어가야 중단 효과가 유지됩니다.

지연손해금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약정 이율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없으면 민사는 연 5퍼센트, 상사는 연 6퍼센트가 기준이 됩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관련 법령에 따른 더 높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클수록 이 부분만으로도 차이가 꽤 납니다.

계약불이행 손해배상은 '얼마나 억울한가'가 아니라 '얼마를 어떤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서 결판이 납니다. 가진 계약서와 메시지, 지출 증빙을 그대로 두고 어느 항목이 통상손해로 잡히는지, 위약금 조항을 쓰는 게 유리한지부터 가려보셔도 좋습니다. 민블리에서 상황을 정리해 보시면 청구 구조와 다음 절차를 함께 잡아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을 해제하면 손해배상은 못 받나요?

해제와 손해배상은 양립합니다. 계약을 해제해 받은 돈을 돌려받으면서, 그와 별도로 계약 위반으로 생긴 손해의 배상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상회복으로 이미 메워진 부분을 중복해서 청구할 수는 없으므로, 반환받는 금액과 손해 항목이 겹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해제 통지서에 손해배상을 유보한다는 문구를 넣어두면 이후 다툼이 줄어듭니다.

손해액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데 소송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손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데 성질상 액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입증 부담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계산 근거를 가능한 범위까지 제시하고, 산정 방식이 왜 합리적인지 설명하는 자료를 함께 내는 편이 결과에 유리합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10퍼센트라고만 써 있으면 그 금액만 받나요?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실제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 약정액을 청구할 수 있는 대신 그 금액을 넘는 청구는 제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그 조항이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실손해 배상을 별도로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 손해가 약정액을 크게 웃돈다면 조항의 성격과 계약 전체의 문언을 먼저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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