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 청구 소송, 합의서 한 장으로 돈 받아내는 순서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니고 물건을 판 것도 아닌데, 상대가 "얼마를 언제까지 주겠다"고 써준 종이 한 장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쟁을 마무리하며 쓴 합의서, 정산하며 받은 각서, 동업을 정리하며 주고받은 확인서 같은 것들입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쓰는 청구가 약정금 청구입니다.
약정금 청구는 무엇이 다른가
대여금 청구는 "돈을 건넸고 갚기로 했다"는 사실을 다툽니다. 매매대금 청구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넘긴 사실이 전제입니다. 약정금 청구는 그 앞단의 거래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당사자가 새로 만든 지급 약속 자체를 청구 근거로 삼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약정금 청구는 범위가 넓습니다. 교통사고나 폭행 사건을 형사 합의로 정리하면서 분할지급을 약속한 경우, 동업을 청산하며 지분 정산금을 정한 경우, 이혼 전 재산 문제를 정리하며 금액을 확정한 경우, 공사 하자를 두고 보수비 일부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가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장점이 분명합니다. 원래 거래의 시비를 다시 다툴 필요가 줄어듭니다. 얼마를 빌려줬는지, 하자가 실제로 몇 건인지 하나하나 증명하는 대신, "이 금액을 이 날짜에 주기로 했다"는 합의만 입증하면 됩니다. 다툼의 무대가 좁아지는 셈입니다.
청구가 서려면 확인할 네 가지
약정서가 있다고 자동으로 이기는 건 아닙니다. 소장을 쓰기 전에 문서를 놓고 아래 항목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입니다.
- 당사자 특정: 누가 누구에게 지급하는지가 적혀 있는지. 법인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서명했는지 회사 대표로 서명했는지에 따라 피고가 달라집니다.
- 금액의 확정: "적정한 금액", "협의하여 정한다" 같은 문구만 있으면 그 자체로는 집행할 수 있는 채권이 안 됩니다. 액수나 산정 기준이 특정돼야 합니다.
- 이행기: 지급일이 정해져 있으면 그날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이 붙습니다. 정해지지 않았다면 최고(독촉)를 한 뒤부터 지체가 시작됩니다.
- 조건과 반대급부: "고소를 취하하면", "열쇠를 넘겨받으면" 같은 조건이 달렸다면, 그 조건을 이쪽에서 이행했다는 자료가 함께 필요합니다.
실제 분쟁의 상당수는 두 번째와 네 번째에서 갈립니다. 금액이 뜬구름이거나, 상대방이 "조건이 안 지켜졌으니 줄 이유가 없다"고 나오는 경우입니다. 합의서를 쓸 때 조건 이행 사실을 어떻게 남길지까지 정해두면 나중에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상대가 흔히 드는 반박과 대응
피고 쪽 방어는 몇 가지 유형으로 수렴합니다. 대응 방향을 미리 알아두면 증거 수집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 상대 주장 | 대응 방향 |
|---|---|
| 서명한 적 없다 / 도장을 도용당했다 | 필적·인영 대조, 작성 당시 동석자 진술, 문서를 주고받은 문자·메일 기록 |
| 강압에 못 이겨 썼다 | 작성 경위 대화 내역, 장소와 시간, 작성 후 상대가 일부라도 이행한 정황 |
|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 | 조건 이행을 증명하는 서류(취하서 접수증, 인도확인서, 이체내역 등) |
| 이미 일부 갚았다 | 입금 내역 대사, 변제충당 순서(비용→이자→원금) 정리 후 잔액 재계산 |
| 시효가 지났다 | 최종 승인·일부 변제·지급 유예 요청 등 시효중단 사유가 되는 자료 확보 |
특히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 "다음 달에 반은 보내겠다"고 보낸 메시지는 채무를 인정한 자료로 쓰일 여지가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일수록 그런 문자 한 줄이 사건의 성패를 가릅니다. 휴대폰을 바꾸기 전에 대화 내역부터 백업해 두시기 바랍니다.
시효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약정금이라는 이름 하나로 시효가 통일되지는 않습니다. 일반 민사채권은 10년,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5년이 원칙입니다. 원래 채권이 단기소멸시효 대상이었는데 합의로 지급 약속을 새로 한 경우, 그 합의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할지급 약정이면 기산점도 따져봐야 합니다. 각 회차마다 별도로 시효가 진행되는지, 한 번 밀리면 전액이 한꺼번에 만기가 되는 기한이익 상실 조항이 있는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집니다. 합의서에 그 조항이 있다면 지체 시점을 정확히 잡아야 지연이자를 제대로 받습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소 제기가 가장 확실한 중단 방법입니다. 금액과 증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도, 내용증명으로 최고한 뒤 6개월 안에 소를 제기하면 최고 시점에 중단 효력을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순서를 놓치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소송 전에 밟을 절차와 회수 준비
문서가 깔끔하고 상대가 다툴 여지가 적으면 지급명령이 빠릅니다. 인지대와 송달료가 소송보다 적고, 이의가 없으면 확정되어 집행권원이 됩니다. 다만 이의가 들어오면 통상 소송으로 넘어가므로, 상대가 다툴 태세라면 처음부터 소를 제기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면 소액사건으로 진행돼 절차가 간소합니다. 그 위라면 일반 민사입니다. 어느 쪽이든 판결만 받고 끝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 재산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면 소 제기 전후로 가압류를 검토하는 게 실익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 합의서·각서 원본과 사본, 작성 당시 사진이나 녹음
- 입금·출금 내역 전체(부분 변제가 있었다면 날짜별 대사표)
- 이행 독촉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캡처(발신일 표시 포함)
- 조건부 약정이면 조건 이행을 보여주는 서류
- 상대 명의 부동산 등기부, 사업자 정보 등 재산 단서
돈을 회수하는 일은 서류를 순서대로 쌓아 올리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손에 있는 합의서가 청구 근거로 충분한지, 지급명령과 소송 중 무엇이 빠른지, 지금 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문서를 직접 봐야 판단이 섭니다. 민블리에 약정 내용과 그동안 주고받은 기록을 올려주시면 어느 지점부터 손대야 할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이 아니라 합의서만 있어도 소송이 되나요
됩니다. 돈을 빌려준 사실이 없어도 지급을 약속한 합의가 있으면 약정금 청구로 갑니다. 다만 당사자와 금액, 지급 시기가 문서에서 특정돼야 합니다. "추후 협의" 수준의 문구만 있으면 금액 확정을 위한 별도 입증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도장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요
문서 작성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모으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의 당시 오간 문자나 통화, 동석자 진술, 문서를 사진으로 주고받은 기록이 유용합니다. 필요하면 필적이나 인영에 대한 감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작성 이후 상대가 일부라도 돈을 보냈다면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약정금 청구도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급일이 정해져 있으면 그 다음 날부터, 정해지지 않았으면 이행을 청구한 이후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합니다. 약정에 이율이 정해져 있으면 그 이율이 우선이고, 없으면 법정이율을 적용합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이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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