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분쟁

설명의무 위반 계약, 취소·해제·손해배상 중 무엇을 고를까

·읽는 데 약 6분 ·민사소송 전문 AI 민블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몰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순위 채무가 이미 잔뜩 잡혀 있었다거나, 물건의 상태가 설명과 달랐다거나. 이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계약을 없던 일로 되돌릴지, 해지하고 나올지, 아니면 손해만 물어낼지.

되돌릴 것인가, 손해만 물을 것인가

중요한 사실을 듣지 못한 채 맺은 계약에서 가장 먼저 갈리는 갈래는 이것입니다. 계약 자체를 무너뜨릴 것인가, 계약은 그대로 두고 손해만 청구할 것인가. 둘은 요건도 다르고 기간도 다르고,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경로도 다릅니다.

최근에는 임대차 현장에서 중개인의 설명의무를 무겁게 본 판단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계약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같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를 자료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는 계약을 통째로 없애고 싶지만, 실무에서는 그게 늘 유리하지 않습니다. 계약을 되돌리면 받은 것도 돌려줘야 하고, 상대에게 돌려줄 재산이 없으면 판결문만 남습니다. 반대로 손해배상은 계약을 유지한 채 차액만 받는 구조라 금액은 작아도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취소·해제·손해배상은 요건이 서로 다릅니다

세 가지를 뭉뚱그려 '계약 무효'라고 부르는 분이 많은데,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취소는 계약을 맺는 과정에 하자가 있었을 때, 해제는 계약을 맺은 뒤 상대가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됩니다.

구분주된 근거핵심 요건효과
취소착오(민법 제109조), 사기·강박(제110조)계약의 중요 부분에 관한 오인 또는 상대의 기망처음부터 무효로 보고 받은 것을 서로 반환
해제·해지이행지체·이행불능 등 채무불이행, 약정 해제사유최고 후 불이행 등 절차 요건 충족원상회복 의무 발생, 손해배상은 별도로 청구 가능
손해배상계약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제750조)위반 사실과 손해, 인과관계계약은 유지한 채 손해액만 금전으로 배상

현실에서는 셋을 배타적으로 고르기보다 예비적으로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적으로 사기 취소를 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붙이는 식입니다. 다만 주장이 늘어날수록 입증 부담도 함께 늘어납니다.

특히 사기 취소는 문턱이 높습니다. 단순히 말을 안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알릴 의무가 있었는데 일부러 숨겼다는 점까지 드러나야 합니다. 반대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은 고의까지 갈 필요 없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로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무엇을 숨겼는지 보여주는 자료

소송의 승부는 대개 계약 전후에 오간 말과 문서에서 갈립니다. 계약서 본문보다 그 주변 자료가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에만 의존하면 상대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나올 때 대응이 어렵습니다.

  • 계약 전후 문자·카카오톡·이메일 원본. 캡처보다 대화방 전체를 백업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 확인·설명서, 중개대상물 관련 서면, 광고물이나 매물 소개 자료
  •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과 지금의 등기부등본. 선순위 권리 변동을 시간순으로 보여줍니다.
  • 계약금·중도금·잔금 송금 내역과 영수증
  • 현장 사진, 녹취, 동석자 진술서
  • 상대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른 세입자와의 분쟁 이력, 체납 통지 등)

자료를 모을 때는 '중요한 사항이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리가 쉽습니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거나, 조건을 다르게 했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취소든 손해배상이든 근거가 섭니다.

기간을 놓치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취소권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민법상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속은 사실을 안 시점부터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입니다.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은 일반 채권 시효를 따져야 하고, 사안에 따라 기산점이 달라집니다. 어느 쪽이든 '문제를 알게 된 날'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게 유리합니다.

해제를 하려면 절차도 챙겨야 합니다. 이행지체를 이유로 할 때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뒤 해제 의사를 표시하는 게 원칙입니다.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면 이후 다툼에서 시점을 다투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에게 청구할지가 회수액을 가릅니다

상대방 한 사람만 보고 소송을 걸면, 이겨도 받을 데가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계약 과정에 관여한 사람 전체를 놓고 청구 대상을 짚어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중개를 맡았던 사람, 그 사람이 소속된 사무소, 가입된 공제나 보증이 있는지까지 확인합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 설명하도록 하고, 이를 게을리해 거래당사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상액이 손해 전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자 본인이 등기부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시세 대비 조건을 따져 보지 않은 사정이 있으면 책임 비율이 조정되곤 합니다.

청구 상대가 여럿이면 소송 전에 재산 보전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대가 재산을 정리해 버리면 집행할 대상이 사라집니다. 가압류는 소를 내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고, 통상 담보 제공이 뒤따릅니다.

계약을 되돌릴지, 유지한 채 손해만 물을지는 감정이 아니라 회수 가능성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민블리에서는 계약서와 오간 대화, 등기 상황을 바탕으로 취소·해제·손해배상 중 어느 구성이 실익 있는지, 청구 상대를 누구로 잡을지 정리하는 것부터 도와드립니다. 지금 갖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방향은 잡아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요한 사실을 숨긴 계약, 무조건 취소할 수 있나요

숨긴 사실이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어야 하고, 상대가 알릴 의무가 있었는데도 일부러 감췄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단순한 과장이나 계약자가 조금만 확인하면 알 수 있었던 사정은 취소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편입니다. 취소가 어려워 보이면 손해배상 쪽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두 주장을 함께 구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약을 해제하면 손해배상은 못 받나요

아닙니다. 민법은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해제로 받은 돈을 돌려받는 것은 원상회복이고, 그것만으로 메워지지 않는 손해가 있다면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액과 인과관계는 청구하는 쪽에서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중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확인·설명서에 어떤 내용이 적혔는지, 실제 권리관계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대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계약 전 오간 문자와 매물 광고, 당시 등기부등본을 함께 붙이면 설명이 부실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쉽습니다. 소속 사무소와 가입된 공제 관계도 미리 확인해 두면 실제 회수 단계에서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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