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지체 손해배상, 최고와 이행기 정리부터 시작하는 순서
돈을 주기로 한 날, 물건을 넘기기로 한 날, 공사를 끝내기로 한 날이 지났습니다. 상대는 다음 달, 다음 사람이 들어오면, 팔리면 준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손해는 쌓이는데, 무엇부터 해야 청구로 이어지는지가 잘 안 보입니다.
'못 하겠다'가 아니라 '늦어진다'일 때가 더 어렵습니다
계약이 깨지는 방식은 두 갈래입니다. 아예 못 하겠다고 선을 긋는 경우와, 하긴 할 텐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경우입니다. 분쟁이 길어지는 쪽은 대개 후자입니다. 상대가 거절을 하지 않으니 결별의 시점이 잡히지 않고, 청구할 손해의 범위도 계산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이 상태를 이행지체라고 부릅니다. 이행이 가능한데 약속한 시기를 넘긴 상태입니다. 지체가 성립하면 그 자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생깁니다. 늦어진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대표적이고, 지체 때문에 별도로 발생한 비용도 사안에 따라 청구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언제부터 지체인지입니다. 여기서 갈리는 사건이 많습니다. 날짜가 명확히 적힌 계약이라면 그 날 다음부터 지체입니다.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면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지체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기한이 흐릿한 계약일수록, 상대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을 요구했는지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첫 단추는 최고서입니다
전화로 여러 번 재촉했다는 말은 나중에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통화 녹음이 있어도 상대가 언제 무엇을 약속했는지 특정이 안 되면 힘이 약합니다. 내용증명 형태의 최고서를 한 번 보내 두는 것이 실무에서 첫 단추인 이유입니다.
최고서는 감정을 담는 문서가 아닙니다. 확인용 문서입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라는 요구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문장을 붙여 둡니다. 이 문장이 나중에 계약 해제나 전보배상 청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 계약의 특정: 언제 체결한 어떤 계약인지, 상대의 어떤 의무가 남아 있는지
- 이행기 표시: 원래 약속한 날짜, 또는 기한이 없었다면 이번 청구로 기한이 도래한다는 취지
- 상당한 유예기간: 며칠까지 이행하라는 구체적 기한(사안의 성격에 맞는 현실적 기간)
- 불이행 시 조치 예고: 기간 도과 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겠다는 통지
- 송달 기록 보존: 내용증명 발송·배달 증명, 반송된 경우 반송 사실도 보관
상대가 최고서를 받고 일부라도 이행하면 그것대로 정리가 됩니다. 받은 부분과 남은 부분이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 반응이 없어도 손해는 아닙니다. 다툼의 시점이 문서로 고정됩니다.
청구할 손해를 세 갈래로 나눠 봅니다
손해배상이라고 뭉뚱그리면 소장 쓸 때 막힙니다. 지체 상황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구분해 두면 정리가 쉬워집니다. 늦어진 데 대한 배상, 계약을 끝내고 갈음해서 받는 배상, 그리고 지체 때문에 추가로 나간 비용입니다.
| 구분 | 내용 | 전제 조건 |
|---|---|---|
| 지연손해금 | 이행이 늦어진 기간에 대한 배상. 금전채무면 약정이율, 없으면 법정이율 기준 | 이행기 도과가 확인될 것 |
| 전보배상 | 이행에 갈음하는 배상. 계약을 끝내고 이행 자체를 돈으로 환산해 청구 | 최고 후 해제, 또는 이행이 무의미해진 사정 |
| 추가 손해 | 대체 거래 비용, 임시 대체 조달비, 위약금 부담 등 지체로 실제 지출한 금액 | 지체와의 인과관계 및 지출 증빙 |
세 번째가 가장 다투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계약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인지가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대에게 어떤 사정을 알렸는지가 여기서 힘을 냅니다. 납기를 못 맞추면 다른 계약이 깨진다고 미리 알린 메일 한 통이, 나중에 청구 범위를 넓히는 근거가 되는 식입니다.
계약을 유지할지 끝낼지 먼저 정합니다
이 판단을 미루면 청구가 흔들립니다. 계약을 유지하면서 이행을 강제하고 지연손해금을 붙일지, 아니면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전보배상으로 갈지는 방향이 다릅니다. 두 개를 동시에 주장하면 서로 어긋나 보이는 지점이 생깁니다.
- 계약서와 실제 이행 내역을 대조해 남은 의무를 확정합니다.
- 상대의 이행 능력을 봅니다. 재산 상태와 사업 지속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 계약을 유지할 실익이 있으면 이행청구와 지연손해금 청구로 갑니다.
- 실익이 없으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후 해제 통지를 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 상대 재산이 빠져나갈 조짐이 있으면 소 제기 전 가압류를 검토합니다.
실무에서 순서를 뒤집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행을 계속 기다리다가, 상대의 재산이 다 정리된 뒤에 소장을 내는 경우입니다.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대상이 없으면 종이만 남습니다. 상대가 부동산을 처분하려 하거나 사업장을 정리하는 정황이 보이면, 본안 소송보다 보전처분이 먼저입니다.
증거는 '약속'과 '지출' 두 축으로 모읍니다
이행지체 사건에서 다투는 것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정말 그런 내용의 약속이 있었는지, 그리고 손해가 실제로 그만큼 났는지입니다. 자료도 그 두 축으로 나눠 모으면 빠집니다.
- 약속 축: 계약서와 부속 합의, 견적서·발주서, 일정 협의 메일과 메신저, 변경 합의 기록
- 이행 축: 내가 이행한 부분의 증빙(입금 내역, 인도 확인, 검수 기록)
- 지체 축: 최고서와 배달증명, 상대의 지연 사유 설명 문자, 재차 약속한 날짜가 담긴 대화
- 손해 축: 대체 거래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추가 지출 영수증, 위약금 지급 내역
메신저 대화는 캡처보다 원본 대화 파일 형태로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앞뒤 맥락이 잘려 있으면 상대가 다른 취지였다고 다투기 쉽습니다. 상대가 지연 이유를 설명한 문자는 특히 유용합니다. 지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효는 계약의 성격을 먼저 봅니다
손해배상 청구권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계약 위반에 따른 청구는 일반적으로 채권 소멸시효를 따르지만,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이나 개별 유형별로 더 짧은 기간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사, 물품 대금, 용역 보수 등은 계약 유형에 따라 기산점과 기간이 달라집니다.
기산점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행기가 정해진 계약은 대개 그 날부터 계산이 시작됩니다. 상대가 채무를 인정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일부를 갚으면 시효가 다시 시작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어, 그런 기록은 따로 표시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소 제기나 지급명령 신청으로 진행을 먼저 걸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고 상대가 다툴 여지가 적으면 지급명령이 빠르고, 다툼이 예상되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가는 편이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다림에도 기록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사정을 봐주기로 했다면, 그 결정 자체를 문서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언제까지 유예하고, 그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한 줄 적어 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배려가 나중에 '묵인'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막아 줍니다.
청구를 준비하는 일은 관계를 끊는 일과 다릅니다. 오히려 조건과 기한이 분명해지면 협상이 빨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도 그때부터는 미루는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손에 계약서와 대화 기록, 입금 내역이 있다면 청구 방향은 대체로 잡힙니다. 민블리에 계약 내용과 지체 경위를 정리해 두시면 유지와 해제 중 어느 쪽이 실익이 큰지, 어떤 자료를 먼저 보완해야 할지 순서대로 짚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내용증명을 안 보내고 바로 소송해도 되나요
이행기가 계약서에 명확히 적혀 있다면 최고 없이도 지체가 인정될 수 있어 곧바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계약을 해제하고 전보배상까지 청구하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사실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한이 흐릿한 계약일수록 최고서가 청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보내 두면 손해가 없는 절차입니다.
지연손해금은 얼마로 계산하나요
계약서에 지연이율이나 지체상금 조항이 있으면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됩니다. 약정이 없는 금전채무는 법정이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상사채권인지에 따라 적용 이율이 달라집니다. 소를 제기한 뒤에는 소송촉진법에 따른 이율이 적용되는 구간이 생겨 청구 시점부터의 이자가 늘어납니다. 계산 구간을 나눠 정리하면 소장에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상대가 곧 준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언제 소송으로 넘어가야 하나요
약속한 날이 두 번 이상 밀렸다면 준비를 시작할 시점으로 봅니다. 특히 상대가 부동산을 내놓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정황이 있으면 판결보다 재산 확보가 급합니다. 이럴 때는 가압류를 먼저 검토하고 본안을 뒤에 붙입니다. 소멸시효 만료가 가까운 경우에도 기다리기보다 절차를 걸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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